미래와 만나는 국가유산 디지털 미디어아트 전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전시는 전통 국가유산과 첨단 디지털 미디어아트의 융합을 선보이며 감동을 자아냈다. 이 전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이음’의 철학 아래, 문화유산을 살아 숨 쉬는 예술 콘텐츠로 재탄생시켰다. 관람객은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통해 유산의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적 가치, 그리고 세대 간 소통의 의미를 체험하게 된다.

 

미래로 이어지는 ‘이음’의 공간, DDP 미디어아트 전시의 첫인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압도적인 건축미와 독특한 곡선은 도시의 미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느껴지는 가운데,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은 김준수 작가의 키네틱 아트 ‘영원의 축’을 마주하며 비일상적인 예술 세계로 진입한다.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전시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공간의 흐름을 따라, 관람 동선을 치밀하게 디자인해 놓았다. 전시 서두에서는 현실의 감각을 잠시 내려놓고 판타지의 포털을 통과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탑과 종, 두 상징을 전시 맥락의 시작과 끝에 배치함으로써 전통 문화유산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현대인과 이어질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킨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 전시는 관람객들이 기존의 박물관 유리 진열장에 고정된 유물이 아닌, 움직이고 반짝이며 감각을 깨우는 콘텐츠로서의 유산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빛과 영상,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미디어아트는 전통적 소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DDP라는 상징적 장소에서 미래형 유산 전시가 열린다는 점에서, 이 행사는 K-컬처의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람객들은 ‘이음’이라는 메시지를 전시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며, 유산이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현재진행형 자산임을 실감한다.

유산을 재해석하다 – ‘의궤’, ‘자개’, ‘장인’을 아우르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이 전시의 각 섹션에서는 국가유산의 정수인 ‘의궤’를 비롯해 전통 공예와 산수화, 장인의 미학이 첨단 미디어아트와 만난다. 첫 번째 전시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조선 시대 왕실의 의례를 기록한 의궤이다. 기존의 고문서나 기록화가 아닌, 4면에 펼쳐진 대형 영상으로 구현되어 관람객을 궁중 행렬 한복판으로 초대한다.

다음은 화려한 자개와 디지털 윤슬을 테마로 한 산수 공간으로 이어진다. 바닥에 누워 반짝이는 빛의 흐름을 경험하며, 전통 회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재현된 자개의 섬세한 질감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또 하나의 중심 섹션은 무형유산을 다루는 ‘장인, 무한한 울림’이다. 실제 장인들의 작품과 작업 영상이 나란히 전시돼, 수공예의 미학과 전통의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벽면을 수놓은 작품들 옆에는, 장인들의 손길과 제작 과정이 흑백의 추상적 영상으로 이어지며 무형유산의 기록, 전승, 창조라는 본질적 의미를 관람객에게 강하게 전달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국가유산이 미디어아트로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창의적 상상력과 원형의 보존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 전통 문화유산은 단순한 박물관 유물이 아닌, 미래에도 이어질 살아 있는 경험의 장이 되어 관람객과 깊이 있는 소통을 이끈다.

참여로 완성되는 경험, ‘이음의 물결’과 디지털 체험 공간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의 백미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유산의 일부가 되어보는 체험형 섹션이다. 디지털 도자기 오브제를 선반에 올리면 스크린에 꽃이 피어나듯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작은 마법이 펼쳐진다. 관람객은 창작의 일부가 되어, 전통 유산이 오늘의 감각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202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이음을 위한 공유’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약 200여 점의 국가유산 3D 자산이 어두운 공간을 무대로 물결치듯 이어지고, 관람객들은 이 압도적인 시각효과 속에서 유산의 미래적 확장성을 체험한다. 아웃트로 공간의 키네틱 아트 작품은 한국의 종을 모티브로 하여, 전통과 현대, 동적 미디어와 감성 콘텐츠가 하나 되는 울림을 남긴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이 전시에서 한지 오브제, 다보탑 설치물 등 SNS에 공유할 만한 다양한 포토존과 체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국가유산이 대중의 취향과 경험으로 녹아드는 참여형 문화 행사로서, 미래 지향적 유산 소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유산에 대한 한층 깊은 이해와 감동, 동시에 놀이와 배움이라는 두 가지 경험을 모두 제공하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전시. 이는 박물관 밖의 새로운 유산 접근 방식이며, 공유되고 살아 숨 쉬는 유산의 의미를 일상 속 체험으로 확장한다.

이번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전시는 국가유산이 과거의 산물이 아닌, 오늘과 내일을 살아 숨 쉬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첨단 디지털 미디어아트와 전통의 조우는 감동과 영감을 동시에 주었으며, 관람객과 유산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미래형 전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향후 국가유산은 다양한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며, 박물관식 전시를 넘어 누구나 쉽고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진화할 것이다. 이제 전통과 미래,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 모두의 유산을 새롭게 만나는 여정이 시작된다. 다음에는 유산 체험 교육, 지역 연계 전시 등 더욱 확장된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